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인 선발 제도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던 와중에, 최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하자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로스쿨학생들은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고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들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삭발식을 갖는 등 사법시험 존치 여부라는 쟁점을 놓고 국민들 앞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법률서비스의 소비자들인 국민들은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장차 우리나라의 법조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젊은 (예비)법조인들이 서로에게 회복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싸울 땐 싸우고, 화해할 땐 화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싸웠으니, 이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역지사지(易地?之)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프로골프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즈의 창시자이자 변호사였던 바비 존스(Bobby Jones, 1902 ~ 1971)는, 1925년 US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세컨 샷을 하려고 셋업을 하던 중 공이 살짝 움직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이를 본 사람은 바비 존스 본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비 존스는 망설임 없이 경기위원을 불러 공이 움직였으니 1벌타가 주어져야 한다고 자수하여 자신에게 스스로 1벌타를 부과하였고, 결국 그는 1타 차로 우승을 놓쳤습니다.
바비 존스 이후 수많은 위대한 골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바비 존스가 ‘골프의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위와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자신과 같이 플레이하던 선수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공자께서는, ‘不?人之不己知, ?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즉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고(論語, 學而篇 十六章 논어, 학이편, 십육장), ‘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矣(궁자후이박책어인, 즉원원의)’, 즉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책망하고, 남을 책망하기를 관대하게 한다면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論語, 衛靈公篇 十四章 논어, 위령공편, 십사장). 두 말씀 모두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충실할 것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변호사는 우애와 신의를 존중하며, 상부상조 협동정신을 발휘한다’는 변호사 윤리강령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상생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2016년을 기대해 봅니다.
2016. 2.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 박종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