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인문학두드림
[문화산책/인문학두드림] 내 마음의 보석송, 소중한 기억의 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났지만,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는다. 이젠 사라져 버린 공간들과 기억 속 사람들이 극(劇) 속에 잘 녹아 있었다. 자칫 추억담으로 그칠 수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를 강하게 끌어가는 힘은 매회 풍성했던 당대의 음악들이었다. 들국화, 산울림, 여행스케치, 유재하, 이문세, 변진섭, 김광석, 리차드 막스 등 카세트테이프시대를 열었던 가수들의 음악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동화를 일으킨 것 같다.

noname04.jpg

어쩌면 쉽게 지나치기 쉬운 유행가였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무척 소중한 기억의 한 편일 수 있다. 가수 강산에의 아버지는 “두만강 푸른 물에~”라는 가사를 기억하시고, 누군가의 할아버지는 슬픈 사랑 이야기 「동숙의 노래」에 가슴 찡해 온다. 월남에 다녀온 누군가는 「님은 먼 곳에」, 「노란 쌰쓰의 사나이」가 일생의 곡일 수 있다. 적절한 사례일지 모르나, 탈주범 지강헌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비지스’의 「Holiday」를 얼마나 희구하였던가. 

noname01.jpg

매일 오후 CBS라디오에서 나오는 <내 마음의 보석송(Song)> 코너는 그러한 추억의 사연창구다. 인생의 극적인 순간에 들었던 팝송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창구는 매번 살뜰한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청취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가출했던 재수생이 들었던 팝송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동생들을 보살핀 큰누나가 흥얼거렸던 노래나, 바보처럼 서약을 지키지 못한 풋사랑들이 간직했던 멜로디. 이처럼 소소하지만 소중한 사연과 기억 속의 노랫가락이 그 순간순간마다 흘러나온다. 이를 보면, 음악이라는 매개체는 인성(人?)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기쁨, 슬픔, 사랑, 그리움 등의 감흥을 진하게 기억하게 해주곤 한다. 찬란한 빛은 우리 눈을 무채색으로 스쳐가지만, 종종 무지개나 프리즘을 통해서 뚜렷한 색을 내듯이 말이다. 



noname02.jpg


필자는 ‘리 그린우드’의 「I.O.U」라는 곡과 ‘티쉬 히노호사’의 「Donde Voy」라는 곡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라디오에 기고하신 분들만큼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연은 없지만, 필자에게 지난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순간을 만끽하게 해 주는 곡들임에는 틀림없다. 
「I.O.U」는 독일의 듀오 ‘캐리 앤 론’이 다시 불러서 유명해졌지만, 필자에게는 왠지 구식창법을 가진 컨트리풍의 원곡이 절절하게 들릴 때가 많았다. 멜로디에 푹 빠진 그린우드가 박자를 놓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사 구절구절마다 진심 가득한 소울(Soul)을 담으려는 절절한 목소리는 참 매력적이다.
‘티쉬 히노호사’의 「Donde Voy」라는 곡이 나왔을 때, 다들 새로운 창법의 컨트리송이거나 라틴계의 칸초네 정도로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30대의 여성가수가 감당할 수 없는 기구한 사연이 담겨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큰 유명세를 탔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의 숨 가쁜 이야기, 그 속에서 꽃피운 사랑. 가녀린 여인이 “어디로 갈까(Donde Voy)”라고 읊조리는 이야기는 가수가 스스로 경험한 이민자의 삶이었다. 시(詩) 「국경(國境)의 밤」 중에서, 컴컴한 밤 국경에 소금장수 남편을 보내놓은 아내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한 편의 담담한 서사(敍事)에도 가슴을 울리게 하는 힘, 음악이 가지는 그 힘으로 깊은 서정(抒?)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곡이다. “Donde Voy(어디로 가나요?)~, Donde Voy~” 

noname03.jpg  


새해다. 저마다의 삶이 새로이 시작되는 때다. 올 한해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때론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꺼낼 때면, 보석송 리스트를 만들어서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국경의 밤
           - 김동환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巡査)가
왔다 - 갔다 -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Donde Voy
                 -Tish Hinojosa

Madrugada me ve corriendo 새벽녘, 날이 밝아오자 난 달리고 있죠.
Bajo cielo que empieza color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아래에서..
No me salgas sol a nombrar me 태양이여,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해주세요.
A la fuerza de "la migracion"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도록..
Un dolor que siento en el pecho 내 마음에 느껴지는 이 고통은,
Es mi alma que llere de amor 쓰라린 사랑의 상처죠.
Pienso en ti y tus brazos que esperan 난 당신과 당신의 품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Tus besos y tu pasion 당신의 입맞춤과 애정을 기다리면서..
Donde voy, Donde voy 어디로,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가요?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을 찾는 것이 내 바람일 뿐.
Solo estoy, solo estoy 나 홀로, 외로이,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사막을 떠도는 도망자처럼.
Dias semanas y meces 하루 이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Pasa muy lejos de ti 당신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어요.
Muy pronto te llega un dinero 머지않아 당신이 돈을 받게 되면,
Yo te quiero tener junto a mi 당신을 내 곁에 가까이 둘 수 있으면 좋겠어요.
El trabajo me llena las horas 많은 일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만,
Tu risa no puedo olividar 난 당신의 웃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Vivir sin tu amor no es vida 당신 사랑 없이 사는 건 의미 없는 삶.
Vivir de profugo es igual 마치 도망자처럼 사는 삶.
Donde voy, Donde voy 어디로,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가요?
Esperanza es mi destinacion 희망을 찾는 것이 내 바람일 뿐.
Solo estoy, solo estoy 나 홀로, 외로이,
Por el monte profugo me voy 사막을 떠도는 도망자처럼.



수_1.jpg

유재원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기관

유재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