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장맛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예전에는 본격적으로 여름이 무더워지기 전에 ‘장마’라는 게 있어서 보통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쯤에 걸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시기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진입을 하였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인 것 같고, 이러한 변화는 이제 우리의 실생활에도 차츰차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간사가 변하고 모든 것이 “無常”한 것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이기는 하지만 요즘 우리 변호사업계의 변화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법조 선배님들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한달에 5~6건의 사건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건수가 2013년에 2건으로 급감하더니 급기야는 2014년에 1.9건이 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형로펌의 최근 사건수임실태까지를 고려하면 개업한 지 몇 년 안 되는 변호사들의 상황은 무척 심각합니다. 2016년도 우리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법률신문이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변호사의 52%가 월소득이 300만 원~600만 원 사이라고 합니다. 이는 국내 100대 기업 직원 평균 연봉 7,741만 원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진정사건만 보아도 많은 변화가 감지됩니다. 예전에도 무고성 진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요즘에는 변호사를 무시하는(?) 진정사건이 수시로 접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진정인이 유류분반환청구사건에 있어서 수임료 300만 원을 받은 변호사가 불성실한 변론을 하였다고 진정을 하였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피진정인 변호사는 주소보정, 당사자표시정정, 국토교통부에 4건의 사실조회신청, 미래창조과학부에 사실조회신청, 관련 세무서에 과세정보제출명령신청을 하는 등 수임사건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물론 이런 진정은 당연히 기각입니다). 진정인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에 대한 불만을 바로 변호사에게 쏟아내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작금의 최모 변호사와 홍모 변호사의 정운호게이트 사태 이후에는 진정사건이 거의 2배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진정사건의 변화를 보면 변호사의 위상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공급의 원칙을 도외시한 채 정책적인 판단만으로 변호사의 숫자를 늘린 것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보다 5년 먼저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해마다 배출하는 변호사 숫자의 추이를 보면 신·구 사법시험이 병행되던 첫해인 2006년에 1,558명, 2008년에는 2,209명이 배출되어 최고조에 달하다가 2014년에는 1,810명(예비시험 출신 합격자 163명 포함)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임시총회에서 연간 신사법시험 합격자수를 1,500명으로 하자는 안이 통과되었으며, 이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경우(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2.6배 정도 많고, GDP가 3.3배 정도 많음)를 반면교사로 삼아 멀리 돌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2016. 8.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김승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