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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대중음악] 개돼지 광시곡
처음에는 무슨 디스커버리 채널의 “동물의 왕국”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얘기인 줄 알았다. 영화 “내부자들”과 연결되기는 하지만, “민중은 개돼지”라는 얘기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그저 한낱 취중허언이기를 바랐지만, 취중진담, 아니 지극히 정상적인 평소 생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1% vs 99%” 갈등이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봉건주의적 가치관, 국민을 개돼지 같은 존재로 깔아뭉개는 법조계 고관대작 등 소위 1%들의 몇백억대 파렴치한 비리, 부당거래에 치를 떨게 된다. 이렇게 “개돼지”는 99%의 하류계층을 멸시하는 대명사로 사용되었지만, 음악세계에서 개와 돼지는 99%의 곁을 따뜻하게 항상 지켜주던 감사해하던 너무 사랑했던 존재였고, 조금 더 나아가 오히려 99%가 1% 금수저계급을 풍자, 희화화하는 소재로 차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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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돼지는 워낙 우리 민중들에게 친근한 존재이다 보니, 뮤지션들의 예명 또는 그룹명으로 흔하게 사용된다. 외국에서도 Three Dog Night 같은 예전 1970년대를 풍미하던 팝그룹을 포함하여 최근 내한공연을 가진 3인조 슈퍼락그룹 Winery Dogs는 와인밭을 고고하게 지키는 품격 높은 개들처럼 한 차원 높은 락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Snoop Dogg, Nate Dogg 등 정통힙합씬에서 내노라하는 뮤지션들도 dog라는 단어를 예명으로 거침없이 애용하고 있다. 기존 질서와 체제를 거부하는 힙합의 자유롭고 저항적인 스타일답게 그 스펠링도 dog가 아니라 dogg로 비틀어 쓰는 그들만의 신조어를 보는 재미도 은근히 쏠쏠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얼굴없는 가수이자 “화장을 고치고”의 주인공 Wax가 과거 리드보컬로 몸담았던 Dog이라는 이름의 인디 밴드가 “경아의 하루” 등의 노래로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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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을 노래한 팝송 중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전 “Hound Dog”이 너무도 흥겹다. 엘비스 특유의 록큰롤 리듬이 살아있는 이 노래는 세월이 한참 지난 오늘 들어봐도 어느 새 그 템포감에 못 이겨 엘비스처럼 다리를 사정없이 흔들게 만든다. 정엽의 “나가수 Hound Do”g 버전은 꽤 느린 스윙 리듬으로 멋을 부렸는데, 여전히 우리의 하체는 흔들림에 빠진다. 신나는 것으로 따지면, Baha Men의 댄스곡 “Who let the dogs out”을 빼놓을 수 없다. 바하마 출신의 9인조 댄스팀이 바하마 토속적 준카누 리듬 위에 개짖는 소리 woof woof도 반복적으로 추임새로 넣으며 흥겨움을 더했기 때문에 “Shrek”, “Men in Black” 등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들에도 단골 배경음악으로 등장하고, 스포츠경기 등 각종 행사에도 뻔질나게 들을 수 있다. 집 나간 개들이 가장 많이 등장한 뮤직비디오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덕분에 국내 예능프로그램들에도 상황설정 배경음악으로 수시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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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노래한 시원한 락넘버로는 단연 “Black Dog”이 꼽힌다. 록 역사상 불후의 명곡 “Stairway to Heaven”이 최근 표절 시비에 잠시 휘말렸다가 벗어나기도 했지만, Led Zepplin의 저력이 느껴지는 “Black Dog”은 우리나라에서 서문탁의 나가수 버전으로도 그 위용을 떨친 바 있다. Love Hurts의 락그룹 Nazareth의 “A Hair of dog”도 해장술의 치밀어 오르는 취기를 아침부터 카우벨 퍼커션과 함께 온몸 곳곳에 퍼나르고 있다. 개는 예로부터 충직한 동물로서 사람과 교감해 왔기 때문에 개에 대한 차분한 노래들도 우리 뇌리를 스친다. Lobo의 아스라한 포크 고전 “Me and You and dog named boo”, 그리고 그 명맥을 잇는 Damien Rice의 잔잔한 어쿠스틱 “Dogs”를 들으면 마치 앞뜰의 잔디밭을 거니는 삽살개 또는 거실 카페트에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치와와의 모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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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라는 동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프란다스의 개”가 아닐까? 영원한 아기왕자 이승환은 1970년대에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 동심을 강타한 “프란다스의 개” 만화영화 주제가를 이승환 특유의 최강동안 느낌의 가요 스타일로 리메이크하여 당시 오렌지 X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예능프로 “불타는 청춘”을 통하여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80년대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은 다시 피어오르는 인기의 여세를 몰아서 2016년 초에 “강아지”라는 미드템포 락넘버를 발표하여 음악적으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중이다. 술먹으면 개처럼이란 얘기처럼, Big Bang의 “Crazy Dog”, 예지의 “미친 개”는 개와 못된 인간을 같은 패키지로 싸잡아 묶어 놓았다. 

자, 이제 돼지 얘기도 잠깐 해 볼까? 3인조 힙합팀 클로버의 히트곡 “돼지국밥”은 서민적 음식으로 다가오지만, 90년대를 풍미한 인기댄스팀 노이즈의 재기곡 “Pigman”, 거리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착한 늑대와 나쁜 돼지새끼 3마리”는 다소 난해한 가사로 욕심많은 인간들을 돼지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아름답고 시원스러운 개, 돼지 노래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왜 권력판, 정치판은 이토록 개판이 되어 돼지우리보다도 지저분한 걸까? 게걸스럽고 돼먹지 못한 1% 인간 군상들을 보다보다 못해서 최근 멧돼지가 새벽녘에 감자탕 식당을 습격한 거 아닐까? 영국의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의 기대처럼 1%의배고픈 소크라테스가 99%의 돼지를 배부르게 먹여 주는 구조가 과연 공고화되어야 하는가? 죽 쒀서 개에게 줘도 모자라는 판에 지나가는 개들이 웃겠다...

이재경 변호사
사법시험 제35회(연수원 25기)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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