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던 김정수 율촌 고문님이 『내부자거래와 시장질서 교란행위』라는 새 책을 발간하셨다. 한국거래소, 특히 시장감시위원회는 최일선에서 시스템을 통한 불공정거래 적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서를 출간한 것이다. 그간 저자는 증권시장 및 자본시장법에 대한 지속적이고 지대한 열정으로 『현대증권법원론』, 『자본시장법원론』 등 자본시장법 관련 책을 출간하였으며, 수많은 논문, 발표, 토론 활동을 해 오셨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불공정거래에 관한 부분을 저술한 것이다. 일평생 한 권의 책도 발간하기 어려운 후배들에게 있어, 김정수 고문님의 왕성한 노력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이유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일확천금, 즉 대박을 꿈꾸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박은 실정법상 주어진 환경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영화 ‘월스트리트’나 ‘작전’에서 불공정거래의 폐해와 그 위험성 및 결과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거래 규제는 공시규제와 함께 자본시장의 건전성, 즉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한 두 가지 축이다.
자본시장의 독버섯이라고 불리는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등은 종전부터 그 해악이 회자되어 왔고, 불공정거래의 피해자들이 신속한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기존에 규제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도입,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의 유기적 업무처리 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Fast Track 제도 도입,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의 신설, 법원의 양형 가이드라인 상향 등 많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알파고 대국에서 본 것처럼,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발달은 향후 엄청난 불공정거래 기법과 수단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어, 신종 불공정거래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및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최근 재벌기업 대주주의 중요사항 공시전 주식매도행위가 문제가 되는 등 당사자의 특수한 지위 등으로 정보를 먼저 알게 된 경우의 책임, 비상장주식을 매수한 후 주가의 상승으로 차익이 커진 경우 등의 사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즈음에 본서는 시의 적절하게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 근거 연혁, 구조, 미국의 내부자거래 규제 등 총론과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의 요건 즉 대상자, 대상 중요정보, 규제대상증권, 매매, 이용행위 등 규제대상 행위와 자사주, 시장에서의 매수, 공개매수 등과 관련한 내부자거래 및 최근 입법화된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도입 경위 및 내용, 과징금, 형사제재, 민사책임 등을 자세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부자거래의 전체적 규제 취지 및 내용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정보수령자의 범위, 중요정보 관련 시장정보, 외부정보의 관계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데, 본서는 이러한 부분을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가며 쉽게 해설하고 있다. 저자는 다년간 과징금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여 왔고, 이에 대한 규제기관의 용역도 수행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질서 교란행위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종전 내부자거래 등의 규제 공백이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도입으로 많이 해결되었으므로, 시장질서 교란행위 부분은 내부자거래의 이해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효율적인 내부자거래를 규제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본서는 특별히 상장법인등이 내부자거래 예방 체제(불공정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등)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불공정거래 체제를 구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아직 이러한 불공정거래 예방 체계가 미흡한 상장법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제도적인 예방 체제를 완벽하게 갖추어야 할 것이다.
본서를 통하여, 주식거래를 통하여 정당한 부를 추구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법을 알지 못하여 내부자거래 및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제재를 받을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법률가들은 내부자거래의 취지와 연혁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불공정거래에 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의 발간을 바탕으로 향후 불공정거래 예방 체제 구축 등이 이루어져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제고되길 바란다.
김민교 변호사
사법시험 제38회(연수원 28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