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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상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참나, 대검 부장 출신도 이런 얘기 안 하시던데, 그건 미국형이고 여긴 한국이잖아요?”또 시작이다. 사건을 의뢰하겠다면서 수차례 전화 통화, 팩스 및 이메일 상담을 하여 내 시간을 열심히 쓰던 모 대기업 사원의 말이다. 그 다음 말이 가관이다. “공짜로 하려면, 법률구조공단 가면 되는 거죠?”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수임을 위한 무책임한 상담을 막기 위해 법률상담 유료”라는 원칙을 세워서 널리 알렸다. 나는 이 원칙도 지키고 싶었다. 특히, 나처럼 방송도 하는 여성변호사에게는 ‘차 한 잔 하자.’며 얼굴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기에 나는 자신을 방어할 보호막도 필요했다. 그래서 직접 컨택할 사람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해 상담료 지급이라는 원칙을 먼저 내세우고 1단계를 통과한 사람하고만 직접 대면을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껏 상담하는데 대검 부장 출신도 아니면서 왜 돈을 받냐’며 가끔 비난의 소리를 듣는다. 내 직업은 시간과 지식이 자산인데, 사람들은 그것의 가치를 너무나 하찮게 여긴다. 공짜로 법률지식만 쏙 빼가고 사건 의뢰는 공짜인 다른 곳에서 해보겠다는 심보이다. 아, 오늘도 나는 아프다, 마음이……. 

얼마 전 ‘제 값을 내지 않는 문화가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무료가 당연시되니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창작 의욕이 저하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일명‘가격 후려치기’를 당하는 대표적인 업종이 변호사라는 것이다. 일부 의뢰인은 판결 선고가 가까워지자 성공보수를 떼먹기 위해 선고 직전 해임계를 내기도 한다. 물론, 내 경험을 가지고 하는 말이다. 상식과 신뢰는 없었다. 그깟 돈이 뭐라고…….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운 내가, 매일 폭풍을 맞으며 견디려니 가끔 회의감이 든다. 

억울한 사법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재심의 신’박준영 변호사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는 분이다. 이런 분께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다만, 2만 여명의 변호사 중 한 명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인이 모든 변호사에게 ‘저 변호사님 좀 봐요, 당신은 부끄럽지 않나요? 돈보다 공익이 우선 아니에요?’라며 당연한 듯이 생계의 희생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변호사법 제1조 제 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이며, 제2조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이다. 첫 조항에서 사회정의를 규정해 둔 이유는, 변호사는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해야 하는 직역임을 밝히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조문이 아닌가? 국선전담변호사제도가 따로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 외의 변호사에게까지 공익이라는 이유로 생계와 시간을 희생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강요하고 싶다면, 모든 변호사에게도 국선전담변호사처럼 ‘사무실 유지비 등 일체’를 제공하라! 보통의 변호사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적어도 몇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그럼에도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된 자영업자’로서 존중받지 못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인기 있었던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는 직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좀 현실을 인정하고 솔직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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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변호사
사법시험 제51회(연수원 41기) 
힐러리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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