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최한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이하 임진모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임진모님은 국내 최장수 팝음악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FM 91.9. 저녁6시-8시)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스쿨 오브 락’의 고정 패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팝음악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임진모님의 강연이 있었던 오늘(10. 14. 금), 대중음악가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날 임진모님은 30번이 넘는 인터뷰를 하고 강연에 왔다고 합니다.
제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처음들은 때가 25년 전입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사연을 보내 선물을 받기도 했으니 애청자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준애청자 정도는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임진모님을 바로 앞에서 뵈니 삼촌을 만난 것처럼 친근하고 기뻤습니다. 제 기쁨은 선배, 동료 변호사님의 회비에서 나온 것이고, 오고 싶으셔도 못 오셨을 변호사님들을 위해 이 날 강연과 감상을 보고드립니다.
임진모님은 강연 중간마다 노래를 부르셨는데 가수라고 하기에도 괜찮을 정도의 실력가셨습니다. 노래를 직접 들으니 재즈, 블루스, 리듬 앤 블루스의 차이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 팝 위주의 강의일 것이라는 제 예상과 달리 강연의 반 이상이 국내 가수들, 특히 K-POP에 대한 소개와 분석이었습니다. 보이밴드, 걸그룹 멤버들 각각의 이름뿐 아니라 특징, 직접 만나셨던 소감과 평까지 하시는 것을 보고 ‘대중음악 평론가’라는 직업에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임진모님은 ‘K-POP 외모 법칙’의 예외로 ‘싸이’를 들었는데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26억의 조회수로 세계 최다이며, 팝의 여제 ‘마돈나’가 자신의 무대에 싸이를 초청한 이유를 ‘B급 정서의 승리’라고 분석하여, 저같은 B급에게는 큰 희망을 주셨습니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도 알려주었습니다. 임진모님이 가장 존경하는 분은 ‘송해’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그 연세에 그토록 정정하신 것은 바로 ‘전국노래자랑’에서 많은 노래를 듣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노화의 첫 번째 징조는 ‘음악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인데, 택시를 타서 “음악 좀 꺼주세요” 라고 하고 있다면 늙은 것이라는 얘기에 음악 감상이 취미였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잠시 먹먹했습니다.
특히 가왕 조용필의 18집 「over the rainbow」와 19집 「Hello」의 비교에서 10대와 20대가 대중음악의 핵이며 결국 문화는 10대, 20대가 바꾸는 것이라는 교훈을 이번 강연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록의 황태자 ‘엘비스 프레슬리’가 나왔을 때 당대 최고의 중년가수 my way의 ‘프랭크 시나트라’는 ‘타락한 음악’이라고 분노했지만, 결국 자신의 공연에 엘비스를 초대합니다. 항상 젊게 살아야겠습니다.
‘미국의 힘’은 전함으로 상징되는 ‘군사력’과 달러로 상징되는 ‘경제력’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사실 하부구조보다 상부구조의 할리웃 ‘영화’와 세계의 주류인 Pop ‘음악’이 ‘미국의 가장 큰 힘’이라는 강연에서 ‘문화의 힘’을 다시 느꼈습니다. 팝의 본류는 미국 대중음악인데, 미국 지도를 놓고 음악의 지형을 분석하는 강연에서는 ‘역시 임진모, 명불허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을 들으신 분들이나 10대, 20대의 언어를 구사하실 수 있는 독자분들은 알겠지만 방금 표현은 ‘임진모 뭔들’이라고 한답니다.
강연에서 임진모님은 “평론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작사, 작곡가, 가수, 연주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평론가를 ‘음악가를 위한 봉사자’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있어 존재하므로 변호사를 ‘의뢰인을 위한 법률적 봉사자’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강연 후 저도 다시 봉사자로 돌아가 서면을 썼지만, 예전보다는 스트레스가 줄고 좀 더 기분 좋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입니다. 금요일 밤은 가족과 오붓하게 보내거나 연인이나 친구들과 불금을 보내야겠지요. 하지만 저처럼 안타깝게 그렇지 못한 선배, 동료 변호사님들은 한 달에 한 번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북콘서트에서 문화 강연을 들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님은 “진지한 강연만 한다”는 회원분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앞으로의 강연은 문화 강연 위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변호사란 직업은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직업이라,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부분이 부족해지기 쉽다고들 합니다. 문화 강연을 듣고 잠시나마 업무의 고단함을 잊고 문화생활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문화 강연을 준비해 주시고 좋은 강연자를 섭외해 주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배, 동료 변호사님들께서도 앞으로 개최하는 문화 위주의 북콘서트 강연에 참여하시어 제가 느꼈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북콘서트 강연이 열리는 변호사교육문화관의 5층 JT(Justice & Truth)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께서는 오시면 꼭 한 번 연락주세요. 북콘서트 강연과 함께 여러 선배, 동료 변호사님들을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문종탁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4회
JT(Justice & Truth)법률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