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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씨랜드와 스폰서
# 내가 맡은 사건 중에서 내내 잊혀지지 않을 만큼 충격을 받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사건이 있었다. 

# 1999년 6월이었다. 벌써 17년여가 지난 일이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아는 조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수련원에 갔다가 화재로 사망했다며 법률적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 사건은 5~6세 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한 23명이 경기도 화성군 소재 청소년 수련시설인 씨랜드수련원에 갔다가 화재로 사망한 ‘씨랜드화재참사 사건’이었다. 그때부터 수 개월을 유가족과 같이 사고원인 규명, 관련자 처벌, 사후 수습 및 적정한 보상책 마련 등을 강구하면서 같이 지냈다. 씨랜드수련원 3층에서 시작된 불은 거센화마가 되어 건물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씨랜드수련원은 콘크리트 건물 1층 위에 컨테이너 52개를 올려 2층, 3층을 객실로 만들고 벽면은 스티로폼을 넣고 샌드위치 판넬을 대서 만든 임시건물이었지만,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준공이 나서 버젓이 영업하였다. 이 사건은 업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화성시 공무원들, 얼마 안 되는 명의대여료를 받고 허위로 감리를 해 준 건축사들, 어린 유치원생만 두고 다른 방에서 술을 마시며 회식을 하다 불길이 번지자 피해버린 유치원 교사들의 무책임과 비리, 욕심이 결합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당시 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에서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어린 아이들 19명의 신원확인작업에 참여했는데, 마지막 떠나는 아들과 딸에게 신발, 인형, 장난감과 아빠 엄마의 편지를 관에 넣어주며 오열하던 그 부모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 2010년 7월이었다. 벌써 6년여가 지났다. MBC PD수첩에서 보도되어 시작된 부산 등지에서 있었던 검사등의불법자금및향응수수사건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일명 ‘스폰서특검’) 사건에 특검보로 참여하였다. 한때 경남지역에서 잘나가는 기업인이었던 정모씨는 20여 년간 새로 전입하거나 전출 가는 검사들을 지극 정성으로 챙겨 검사 100여 명에게 수십억의 금품과 향응 등의 접대를 해왔다고 폭로하였다. 정모씨도 기업이 잘 나갈 때는 순수한 의미의 스폰서였고, 검사들은 고마워하며 대접을 받았고 임지를 떠나게 될 때는 새로 온 후임자에게 해당 스폰서를 인수인계까지 하였다. 그 당시에는 부장검사쯤 되면 부원들과 파견직원까지 데리고 나가 회식이나 향응을 베풀어줄 스폰서가 없으면 마치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관행이 더해져서 생긴 불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모씨가 주장하는 사실은 대부분이 공소시효를 넘겼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일부 혐의사실도 뇌물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입증이라는 장벽을 넘기 어려웠다. 

# 법조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상실되어 가는 요즘에 위 두 사건을 돌이켜보며 법조인의 역할과 자세를 생각해본다. 전문가나 공직자의 부패는 일반인의 범죄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폐해를 초래한다. 법조계도 2006년 서울고법 조모 부장판사, 2010년 부산지검 향응검사들, 2011년 서울고검 김모 부장검사, 2015년 수원지법 최모 판사, 2016년 법무부 진모 검사장,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 예보파견 김모 부장검사 사건 등이 계속되고 있고, 비리와 관련된 변호사들의 구속소식도 그리 어렵지 않게 듣고 있다. 전문가나 공직자의 비리는 대부분이 이전에 스폰서 역할을 해준다며 인간관계를 형성한 사람이 돌연 청탁을 하고 이를 거절할 수 없게 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직자의 스폰서로 나서는 사람은 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지 자선사업가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지만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없애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김영란법의 성공적 정착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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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희 변호사
군법무관 7기 
법무법인 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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