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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가사전문? 새로운 길을 갈 뿐 - 이현곤 변호사 인터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 수십 조 원을 주무르던 재벌그룹 총수가 후견을 받게 되었다. 법원이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하였다(현재 상고심 중). 성년후견제도의 기폭제가 될 이 판결을 끌어낸 이현곤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가사전문 법관 출신 1호 변호사이고, 최근 이슈가 되는 ‘성년후견’을 비롯한 전반적인 가사사건의 전문화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업에 임하는 자세도 다르다. 이현곤 변호사와 법률시장의 향후과제까지 탐구해보았다.

 

안녕하세요, 페이스북에서만 보다가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화제가 될 만한 변호사인지 잘 모르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면 좋겠네요.


가사전문 법관 출신 1호 변호사로 활동하시면서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재벌총수에 대한 ‘성년후견’ 결정을 이끄셨는데요, 성년후견제도가 앞으로 변호사들이 탐구할 만한 분야인지요?
물론입니다. 가사법 분야는 전통적으로 이혼, 재산분할 등이 강세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상속, 유류분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노령화 추세와 관련해서 향후에는 성년후견과 유언, 신탁 분야가 각광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통적인 이혼 사건에 더하여 상속 관련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유언이나 신탁분야 등은 아직까지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성년후견’은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발생할 법적 문제를 방지, 해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사망 전까지 노인성 정신질환, 치매 등을 앓는 분들이 급증하는 추세인 반면 그분들의 재산과 신변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미흡합니다. 발달장애 등 지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가사 분야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더 나누기로 하고요, 전관 수임제한조치가 실시된 후에, 또 가정법원에서 부장판사를 목전에 두고 개업하셨네요. 어떻게 보면 불리한 시기의 개업인데 이유가 있으셨나요?
요새 변호사 개업에 특히 유리한 시기가 있나요?(웃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전관 수임제한조치는 오히려 제가 변호사를 하기로 결심한 주된 요소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법원, 검찰 출신 등 전관 변호사의 행보가 사실 뻔했어요. 전부 다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사무장을 고용해서 전관 출신임을 내세워 높은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수임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어요. 그러다 2~3년 지나 소위 약빨(?)이 떨어지면 이런 식으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게 되어있고요. 이런 구조를 뻔히 알면서도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관예우는 단기간으로 보면 혜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어 오래 변호사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변호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전관 수임제한 조치가 실시되고 나서부터 오히려 변호사로서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봤습니다. 처음 1~2년은 힘들겠지만 관행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열심히 기반을 닦으면 오래 변호사 생활을 할 수 있고, 전문성을 키우기도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보통 부장판사를 한 후 개업을 더 선호하는데, 그 직전에 변호사가 된 것도 고민이 있었나요.
큰 고민은 아니었는데(웃음), 부장판사가 된 후 개업하면 몸이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부장을 하다 나오면 변호사를 해도 부장님으로 불리더라고요. 저는 완전한 변호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 불리고, 또 작은 사건, 특이한 사건 뭐든 눈치 안 보고 맡을 수 있으려면 그런 이름 없이 개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변호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열린 생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오래 변호사를 하자’는 희망은 잘 실현되고 있는지요?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개업하고 처음 몇 달은 사건이 별로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는 분들 통해서 사건이 조금씩 의뢰가 들어오면 너무 고맙고, 그래서 저를 믿고 온 사건이라면 민사사건,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상사중재 그리고 M&A 등 제 분야에서 벗어난 사건도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건을 처리하려고 책을 몇 권씩 읽고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서울, 지방도 가리지 않았고,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한밤중에 의뢰인이 부부 싸움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직접 집으로 찾아가 경찰을 불러 해결한 적도 있고, 아이를 서로 데려가려고 싸우는 통에 경찰서 지구대까지 찾아가 해결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안정되고, 안정된 후에는 또 다시 관성을 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이 없을 때는 블로그, 페이스북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변호사로서 제 생각을 계속해서 알리고, 경영학이나 마케팅, 영업, 심리상담에 관한 책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처음엔 특별한 목적 의식 없이 시작한 일들인데, 시간이 좀 지나니 그런 것들이 쌓여서 어떤 흐름이 만들어지더군요. 사무실 운영이나 사건처리 노하우도 열심히 쌓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1년 반쯤 지난 후에 독립된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사무실을 독립해야 전문화를 시키고 제 방식대로의 운영이 가능할 것 같아서 좀 무리를 했습니다.

 

사건 수임의 노하우도 많이 쌓으셨을 텐데 몇 가지 공유해 주시겠습니까?
쟁쟁한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많아 저한테 들으실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일 중요한 것은 사건진행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것, 그리고 비용을 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상담, 수임계약 체결 등은 직접 하려고 합니다. 사건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데 수임료를 정하는 것도 항상 고민스러웠습니다. 개업 초반에는 특히요. 수임료는 변호사의 일에 대가에 대한 가격결정인 건데, 저는 더 받지도 않고 덜 받지도 않는 선을 찾으려고 합니다.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의뢰인이 수임료에 부담을 느끼게 되면 그 의뢰인은 다시 찾아오지 않고, 변호사로서의 제 이미지는 그냥 비싼 변호사가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수임료가 낮으면 변호사의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적정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이라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고 열심히 사건에 임하면 또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수임료를 정할 때 의뢰인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 전에 사건에 대해서 여러 차례 미팅을 해서 정리를 하고요. 마치 설계사가 견적을 뽑듯이,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설명하면 적정한 수임료를 의뢰인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의뢰인도 납득하는 수준이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하니 의뢰인과 ‘라포’(rapport)도 형성되고, 사건에 대해서도 솔직히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이 성공보수도 잘 주고요(웃음), 의뢰인이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도 사무실의 구성원으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주고, 변호사와 신뢰가 형성되니 자기가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자리에 한계를 느끼면 떠나기 마련인데 법률시장의 고용변호사나 사무직원들은 이직이 너무 잦아요. 이런 요소들도 법률사무소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법률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의뢰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도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임료 책정이나 사무실을 관리하는 방식에서도 쌍방을 납득시키는 조정자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가사사건은 소개로 수임하기가 어렵다는 속설이 있는데 안 그런가요?
제 경험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지식이나 인간적으로 믿을 만한 변호사를 원하니까요. 작은 사무실이 불리한 것도 아닙니다. 의뢰인은 오히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형로펌에 자기 사생활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가사사건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생각이나 살아온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개인적인 사생활이 오픈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느끼면 가까운 사람에게 변호사가 필요할 때 주저 없이 소개를 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락밴드도 결성하시고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스트레스는 음악으로 푸시나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닙니다. 연주도 스트레스거든요. 그냥 음악을 좋아할 뿐이죠. 정말 여러 음악을 좋아합니다. 밴드를 결성하고 활동했던 경험이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줄여주었습니다. 밴드를 처음 만들 때 대학교 1학년 때였는데 사실 그때 기타를 칠 줄 몰랐는데 그냥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법과대학에 편입할 때도 그 전에 법학개론 한 번 들은 적이 없습니다.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신가 봅니다. 법조인 생활에도 그런 성격이 영향를 주었나요?

법대에 편입해서 사법시험을 공부한 것도 그랬고, 가사전문 법관을 지망할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들의 관심이 몰리는 분야보다는 저는 혼자서도 전문성을 구축할 수 있는 분야로 가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사전문 법관은 그리 경쟁이 치열한 자리는 아니었는데 제가 보기에 가사 분야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고, 이 분야에 전문성을 다지기 위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되었습니다. 성년후견제도에 주목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생각해보니 변호사가 될 때도 그랬고, 블로그, SNS를 사용하는 것도 그렇네요. 제가 미래의 개척분야로 생각하는, 아직은 밝힐 수 없는, 다양한 시도들도 제 성격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분야에 목매는 성격은 아닌가 봅니다.

 

‘성년후견’ 제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선 가사 분야를 크게 보면, 기존 가사사건인 이혼/ 재산분할의 시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점점 젊은 세대가 줄고 결혼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상속 분야는 당분간 확대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도 증가하는데, 재산을 가진 부모세대들이 예전처럼 자녀들에게 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사망하면 상속 분쟁이 생기는 거죠.

‘성년후견’ 분야는 잠재적인 수요를 받쳐줄 제도나 수단이 아직은 많이 미흡합니다. 앞으로 5년, 10년을 바라본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령인구가 확산되고 이로 인해 치매 등 정신질환, 장기투병이 늘어나면 그 사람의 신변관리, 재산관리가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당분간 큰 이익이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로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과 관련하여 공익적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변호사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변호사 업계가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야에 변호사의 진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변호사 업무영역의 경계선에 있는 부분들을 잘 주시하시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리면, 우리나라는 법률시장이 작기 때문에 특정 법 분야를 너무 좁게 파면 법률수요가 없을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특정한 법 분야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산업 분야, 예를 들어서 재건축, 부동산, IT, 유통업 등의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되면 좋을 듯합니다. 원칙을 지키며 기회가 올 때까지 실력으로 버티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기회만 찾다 보면 결국 지금 있는 곳에서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인터뷰/정리 : 남중구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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