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뮤니티 회원기고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최근 동향

⊙ 유럽(대륙법계)

유럽은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의 판결을 통해서 잊혀질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2014년 5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는 2010년 마리오코스테하 곤잘레스가 스페인 유력일간지 라반구아디아, 구글 스페인, 구글 본사를 상대로 자기에 관한 과거 1999년도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에서 구글에 검색 결과의 차단을 명령하여, 이른바 ‘잊혀질 권리’의 실체적 권리성을 최초로 인정하였다. 다만, 원고가 요구한 기사 자체를 삭제하지는 않고 구글 링크를 삭제하도록 하여 기사는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불완전한 인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재판소는, 정보주체가 유럽연합 기본권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 제7조·제8조에 따라 해당 정보가 더 이상 검색결과목록에 포함되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이후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의 보호 수준을 강화하고 그 내용을 회원국에 통일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현행「EU 개인정보 보호지침[Directive(95/46/EC)]」을 「EU 개인정보보호 일반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란 명칭의 규정으로 개정하는 입법을 2016년 5월 완료하였다. GDPR 제17조는 ‘삭제권(Right to erasure)’이란 표제아래 ‘잊혀질 권리’를 부제로 하여, “정보주체는 정보처리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관한 삭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보처리자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지체 없이 해당 개인정보를 삭제할 의무를 지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미국
미국의 경우 2012년 EU에서 제안된 ‘잊혀질 권리’에 대해 비판적으로 대응하고, ‘잊혀질 권리’는 미국 연방헌법의 기본적인 가치인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 각 주의 법률은 알권리와 관련된 언론매체의 진실발견에 대한 기대가 사생활보호에 대한 기대와 충돌할 경우에는 사생활은 거의 언제나 양보된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성에 대한 모욕은 결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한 “예외적 정황”(exceptional circumstances)이나 “고도의 국가의 이익”(highest order of state interest)에 해당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적어도 제한적인 형태의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수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미성년의 경우 판단력 부족에서 비롯된 부주의한 게시물은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의 에드워드 마키와 조 바튼 하원의원은 2011년 「아동추적금지법」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COPPA(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Rule)상의 내용을 확대하면서 유럽의 잊혀질 권리와 유사한 ‘Eraser Button’을 인터넷 사이트에 만들 것을 규정하는 것으로, 특히 미성년자가 그들이 온라인상에 남긴 과거로 고통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3년 「디지털 세계의 캘리포니아 주의 미성년자의 프라이버시권(Cal. Bus & Prof. Code. Chapter. 22.1 Privacy Rights for California Minors in the Digital World)」을 통과시켜,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의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에 대해 향후 해당 인터넷 업체에 삭제를 요청할 수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명, 「온라인 지우개법」이라 불리우며, 선진적인 주법(州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잊혀질 권리와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는 일본의 판례로 논픽션 소설 「역전(逆転)」사건에 관련하여 대법원의 입장은 원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하였고 원고가 과거 전과와 관련한 사실이 공표되어 새롭게 형성한 사회생활의 평온함을 침해받지 않을 ‘갱생을 방해받지 않을 이익(更生を妨げられない利益)’을 가진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최근 잊혀질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원고는 ‘아동매춘·포르노 금지법’ 위반으로 벌금 50만 엔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구글에서 원고가 아동매춘 포르노금지법으로 처벌받았던 체포이력과 관련한 기사가 검색결과에 표시되었다. 이것이 원고 자신의 프라이버시권과 명예권, 갱생을 방해받지 않을 이익을 위법하게 침해당했기 때문에, 인격권에 기초한 방해(침해)배제청구권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일본 사이타마 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일본 민사보전법 제23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써 검색결과의 삭제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5년 6월 25일 일본 사이타마 지방법원은 원고의 과거 체포이력이 구글 검색결과에 표시되어 인격권 ‘갱생을 방해받지 않을 이익’을 침해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2016년 7월 12일 도쿄 고등법원은 과거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피고 구글에게 관련 검색결과의 삭제를 명령한 사이타마 지방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대중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원심을 번복하였다. 도쿄 고등법원은 “잊혀질 권리는 아직 일본법상 명문 규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요건과 효과도 분명치 않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아동의 매춘 문제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이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약 5년이 경과하였지만 여전히 공공성이 인정된다며 피고 구글이 해당 검색 내용을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최근 2017년 2월 일본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우리의 관련 입법 현황
먼저,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에서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침해를 받은 자가 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4항에서는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제1항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30일 이내의 임시 조치를 취하게 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보주체가 자신의 사적 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 등에게 제공하였거나 개인정보처리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정보를 수집한 경우 정보주체는 정보제공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동법 제36조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의 정정·삭제 내지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기사와 같은 고유의 목적을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 제외사유에 해당하여 정정·삭제를 청구할 수 없다.

 

⊙대안의 제시
잊혀질 권리는 기본권의 충돌이라는 입법적 한계 외에도 정보의 복사와 전파가 용이해 완벽한 삭제가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양측 모두를 고려한 대안이 요구된다. 먼저, ‘잊혀질 권리’의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의 범위의 불분명함에 대하여는 원본 정보와 파생된 정보 혹은 원본 정보를 인용하여 다른 정보주체의 가공을 가한 경우 등 정보가 생성되는 경로는 무수하지만 포괄적으로 ‘삭제’할 것을 규정하다 보면 정보처리자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되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구체적인 입법화를 통해 ‘잊혀질 권리’를 통한 삭제의 범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정보주체 간 합의에 따라 ‘잊혀질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사인 간의 관계에서 옳은 방식이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정보처리자로 하여금 조정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해결방법 중 하나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정보 만료일(expiration data for information)’의 설정도 하나의 방법인데, 구체적으로 휘발성 SNS와 디지
털에이징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 DAS)이 그것이다. 휘발성 SNS는 개인이 게시물이나 채팅 글을 올리게 되면, 일정 시간 뒤에 해당 내용이 삭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방식은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게시한 내용이 삭제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계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스냅챗(Snapchat)이나 브라이니클(brinicle)의 돈톡(dontalk)이 대표적 휘발성 SNS의 예이다. 디지털에이징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발명 및 고안된 소위 ‘잊혀질 권리 관리기’라고 불리는 기술 산업으로, 디지털 데이터 생성자가 인터넷 상에 정보를 게시할 때 해당 정보의 소멸 시점을 설정하면, 해당 시점이 도래했을 때 데이터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이다.

 

성중탁 변호사 / 법학박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중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