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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변호사의 얼음과 불의 화살

매일매일 좌충우돌하며 하나하나 새롭게 배우기 바쁜 ‘초짜’신입변호사인 저에게 선배님들은 "진짜 변호사, 훌륭한 변호사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많은 조언을 해 주셨고, 지난 1년여간 저의 가장 큰 고민이자 화두였습니다. 판타지게임 속 마법사가 얼음과 불의 화살을 날리는 것처럼, 변호사란 직업군을 표상하고 대표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먼저 선배님들로부터 들은 진짜 변호사 또는 훌륭한 변호사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변호사", "눈앞의 착수금보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직업적 양심을 지키는 변호사", "3년간 도제식으로 훈련받은 후에야, 또는 법정구속되는 피고인의 수만 마디 말보다 더한 의미가 담겨있는 눈과 마주쳐야 비로소…", "사건수임능력이 뛰어난 변호사", "법리보다 먼저 사실관계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파악할 줄 아는 변호사", "한 달에 7-80건을 처리할 수 있는 변호사", "故 조영래 변호사"였습니다. 

선배님들의 조언은 모두 다 저의 심금을 울렸지만, 대체로 그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이상적인(ideal) 변호사 또는 최소한의 자격 내지 능력(qualification)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변호사에 대한 내용은 제가 아직 가보지 못한, 가기에는 요원한 전설 속 허구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 뜻을 깨우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배우는 입장에서 그 길을 가보고자 하였습니다. 

 

일단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언변으로 변론하는 변호사는 아니었습니다. 형사사건을 접해 볼 기회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최후변론 이외에 별달리 쓰일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전문분야의 지식을 이해하고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여 법논리로 재구성한 서면을 작성하신 상대방 측 변호사님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래.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을 대서, 대필해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민재실, 형재실 기재례, 법령, 판례, 질의회신 사례를 찾아가면서 최대한 요건사실론과 항변, 재항변 형식을 갖추어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상대방의 타당한 주장은 인정하고, 의뢰인에게 증명책임이 있으나, 증거를 갖추지 못한 주장은 가급적 제출하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많이 욕먹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사건 처리 다 할 거냐. 왜 니가 판단하냐. 의뢰인에게 유리한 사실만 강조하면 되지.(이하 욕 생략)"

 

그래서 이번엔 의뢰인이 하는 이야기를 믿어 주고, 최대한 반영해 주려고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의뢰인한테 많이 욕 먹었습니다. 의뢰인이 써온 편지와도 같은 주장을 준비서면에 최대한 반영해 주었더니, 패소판결을 받은 뒤 정작 안면몰수하고 "변호사가 어떻게 의뢰인이 숨기거나 거짓말한 것도 파악 못 하냐"며 원망하는 의뢰인과 다투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론 감정과 사실이 혼재된 의뢰인들의 말 속에서 팩트 찾는 데 급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욕먹었습니다. 팩트는 분명했지만,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팩트를 넘어선, 아무도 들어주지도 믿어주지도 않았던 저들의 절박했던 사정, 억울한 심정을 변호사를 통해 판사님께 단 한마디라도 전하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지만 재판부에게 저마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의 입장을 유리하게 전달하는 일 역시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막상 실제로 접하는 의뢰인 또는 상대방들이 하는 말 속에서 진실, 팩트를 가려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자기 주장이 곧 증거라거나 오히려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이를 진실로 믿어버리는 믿음(특히 사기꾼들) 앞에서는 어떠한 팩트로도 설득, 반박하거나, 경청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핵심 쟁점에 대한 모든 사실을 맹세코 다 밝혔다면서 억울해하다 정작 재판이 끝나고서야 밝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결국 컵 안에 든 바닷물만으로 바다는 이렇다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경험이 일천한 저로서는 진짜 변호사가 어떠해야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매일매일 의뢰인과 아웅다웅하며 기록을 검토하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서면을 작성하다, 재판을 가거나 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새 책상 옆에 차곡차곡 예쁘게 기록 쌓는 데 급급한 저에게 사건의 본질과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과 사건 전반을 아우르는 혜안이야말로 제가 갖추고 싶은 변호사의 능력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양 당사자가 제출한 주장 및 증거를 통해 나름 균형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법관에 비해 변호사는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의뢰인의 주장만을 듣고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해가며, 착수금 액수와 노동강도와의 균형 속에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야 하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제가 통찰력과 혜안을 갖추게 되어 진행사건을 떨구고 업무시간 및 업무량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바람, 선배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헛된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꿈을 꾸어 봅니다. 

 

그럼 새해 모든 변호사님들의 가정에 행복과 안녕이 깃드시기를 기원하면서 두서없는 용두사미인 이 글을 마칩니다.

정진욱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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