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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과 관련한 자살면책제한조항의 해석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과 관련한 자살면책제한조항의 해석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다216731(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16748(반소) 보험금 판결

 

01 사실관계 및 쟁점

① 소외 망인은 원고(생명보험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망인으로, 사망 시 수익자를 피고(망인의 상속인)들로 각 정하여 생명보험계약(이하 “위 주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추가보험료를 납입하고 재해로 사망 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재해사망특약(이하 “위 특약”)에 가입하였다.
② 위 특약 약관 제10조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재해분류표에서 정하는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재해분류표는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중략)…로서 다음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라고 하면서 제1호부터 제32호까지 재해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③ 위 특약 약관 제12조 제1항은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드리지 아니함과 동시에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하였다(밑줄친 부분을 이하 “위 면책제한조항”).
④ 위 주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 망인은 자택에서 사망하였고 사인이 자살임에 이견이 없었는데, 원고는 피고들에게 위 주계약에 기한 보험금은 지급하였으나 위 특약에 기한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에 원고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이다.

 

02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제1심 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에서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다. 피고들은 항소하면서 보험금 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제2심(원심) 법원은, 자살은 위 특약 약관에서 규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평균적인 고객으로서는 위 특약 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은 위 특약에 의하여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 사건 특약을 체결한 것이며, 자살이 위 특약 소정의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위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약관의 제정 경위 등에 비추어 위 자살면책조항은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자살면책제한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위 특약 약관 제12조 제1항 제1호를 같은 약관 제10조에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면책 및 면책제한 조항으로 해석한다면 위 특약 약관 제12조 제1항 제1호는 처음부터 그 적용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미한 규정이 되는데, 단순한 약관해석에 의하여 약관조항을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에 그 조항이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서 위 특약 약관 제10조가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위 자살면책제한조항에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03 평석

1) 약관해석의 필요성과 보험계약 약관해석의 원칙
이 사건의 경우, 위 특약 약관의 문언상 자살이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특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이후의 자살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이 각각 명백하지만, 그 명백한 문언의 의미들 간에 충돌이 생겼으므로 이러한 모순관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약관의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은,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조항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여 보험약관해석의 원칙을 밝혔다.

2)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획일적 해석
상법 제663조가 상법 보험편의 규정들에 상대적 강행성을 부여하여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을 금지하고, 보험업법 제95조의2가 보험회사 등의 일반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부과한 취지는, 보험제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부당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위험이 높은 일반보험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입법취지를 고려하였을 때, 보험계약에서의 ‘평균적인 고객’이란 ‘일반적인 합리적 사고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보험에 관한 법률지식 등의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자로서 보험자와 대등한 경제적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균적 고객은 대기업인 보험회사가 작성한 보험약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므로 보험약관에 기재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지 약관에 기재된 문구가 개념상 모순된다거나 따라서 해당 부분이 무효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또한 위 자살면책제한조항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친 경우’를 함께 열거하였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확실하게 자리잡았으므로(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평균적 고객이라면 후자의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고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위 자살면책제한조항에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다.

3) 위 자살면책제한규정이 강행규정에 반하는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원심에서 위 자살면책제한규정이 강행규정인 상법 제659조, 제732조의2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이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등의 경제적 곤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자살을 고려하는 등 생명을 경시할 우려도 없지 않으나, 위 자살면책제한규정은 자살목적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과 보험기간 개시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보험금 수령 목적 자살의 발생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여 정책적으로 두게 된 것이라는 취지를 고려하였을 때에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4)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 여부는 우리나라에서 약 13년 전부터 문제되어 왔는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에서 위 자살면책제한조항과 같은 약관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피보험자의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위 대법원 2015다243347 판결을 재확인하며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신뢰를 정립하였다. 다만 위 대법원 2015다243347 판결에 관한 학계의 다양한 논의*를 반영하여 ‘평균적 고객’을 정의하는 등의 보완을 하지 아니하고 재확인하는 데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정찬형, “자살의 경우 재해특약에 의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에 대한 평석)”, 『법과 기업 연구』 제6권 제3호,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2016 ; 장덕조, “재해사망보험금지급약관의 유효성(대상판결 :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금융법연구』 제13권 제2호, 한국금융법학회, 2016 등.

 

곽정엽 변호사
●법무법인 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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