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비도 많이 내리고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습니다. 밥이 당기지 않아 햇감자를 쪄서 먹었습니다. 표면이 포슬포슬 일어난 감자는 가히 신의 선물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맛있게 배를 채우는 양식입니다. 감자를 담은 그릇 옆에 작은 종지가 있습니다. 소금입니다. 감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소금 없이는 감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금이 있어야 감자는 비로소 감자인 것입니다.

소금의 계절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돌아다녀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나트륨 알갱이를 먹어가며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입사 초년병 시절에 월급의 어원이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 즉 ‘소금을 살 수 있도록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라는 걸 알고 단숨에 이 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Salarium은 급여를 뜻하는 샐러리(Salary)와 소금을 뜻하는 솔트(Salt)로 변했습니다.군인을 뜻하는 솔져(Soldier)도 소금과 관련이 있는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를 쓰던 당시에는 월급이라는 것 자체가 저에게 참 무거운 존재였습니다. 내가 꿈꾸던 삶이 이것이었나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던 때였습니다. 식물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 밥을 벌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 무거웠습니다. 여기 아닌 어딘가에 나를 위한, 나만의 행복한 일자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것이 월급인가, 하고 자꾸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떠나야 하나, 남아야 하나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는 정작 저는 같은 자리에서 250번이 넘게 소금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많은 생각이 저를 다녀갔고 당연히 저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식재료이자 의료품이면서 교환가치였습니다. 음식에는 영양, 건강기능,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맛입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은 소금에서 비롯하는 짠맛이지요. 우리는 이것을 ‘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간’이라고 하는 것이 비단 음식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간이 맞는 사람’은 조화와 균형을 아는 사람입니다. ‘간’이라는 것은 음식 맛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핵심입니다. 감자가 소금과 만났을 때 맛이라는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덩치 큰 감자라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소금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간’이라는 말은 두 개의 물체 사이의 거리,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을 뜻하는 일컫는 말인 ‘간’과 동음이의어입니다. 친구 ‘간’에 우정이 깊다, 1교시와 2교시 ‘간’에… 등으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간이 맞다’라는 것은 ‘나와 타인 사이의 공간에 잘 맞는다’는 뜻이 됩니다. 음식의 간이 맞는 것도 음식과 나 사이의 공간이 잘 맞는다는 뜻이 됩니다. 즉 나와 당신의 공간이 예쁘게 만들어져 있을 때 ‘사이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간이 맞는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소금에서 월급을 읽었던 때가 지나고 세월이 흘러 소금에서 ‘간’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라고 말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말이 가슴에 있습니다. 100년 전 미국의 시인 엘라 윌콕스의 시입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혼자 울게 되리라’

윤성학 시인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사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