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로서 역할을 떠나 다시 변호사의 고유 영역으로 돌아온 지도 어느덧 2년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룹이 와해되면서 기업회생에 들어간 상장회사의 유일한 사내변호사로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각종 업무에 만능맨(?)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기업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법적 근거가 불명확했던 ‘사내변호사’의 지위와 관련하여, 2011년 4월 개정된 상법 제542조의13에 따라 자산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준법지원인(遵法支援人)’제도의 도입으로 일부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최근 개정 공정거래법안에도 위 제도가 반영되는 등, 준법지원인제도의 확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준법지원인(遵法支援人)’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논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상장회사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 기업들이 왜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아래와 같은 의문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실무에서 운용되는 기존의 기업 조직인 법무부서, 컴플라이언스부서, 감사부서 등과의 관계 및 역할 구분은 무엇인지.

일부 실무 해설서에서조차 ‘준법지원인’의 역할에 대해, 2000년경의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본시장법 제28조 등에 따라 의무적으로 도입된 ‘준법감시인(遵法監視人, compliance officer)’,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업 자체적으로 도입된 ‘자율준수관리자(compliance officer or compliance manager)’의 역할과 동일한 것처럼 혼동하여 설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다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보고를 하게 되어 있는 준법감시인의 경우에서와 달리, 준법‘지원(支援)’인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도입한 이유와 굳이 회사의 업무집행을 담당하는 ‘이사회’에 보고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에 더하여 준법지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현실이나 전후사정 등에 대한 이해도와 인식이 깊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비변호사 실무진들에게는 상당한 경력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변호사’의 경우에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제되는 실무 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준법지원인제도에 대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도입 이전부터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위와 같은 의문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의 이사진 대부분이 연장자인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변호사를 준법지원인으로 선임하더라도 경력이 어느 정도 전제되는 중견 이상의 변호사를 선임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을 이유로 계속해서 도입을 회피하게 될 것이다.
최근 대한변협을 중심으로 준법지원인 확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도의 도입취지에 부합하면서, 준법지원인제도와 관련하여 기업의 입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고 변호사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좀 더 정치한 논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오현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