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많은 변호사님들이 보시는 회보에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Washington University In St.Louis 정치학 박사, Florida State University 정치학과 조교수, 소위 말하는 엘리트 유학 코스를 밟은 것으로 보이는데, 안정적인 미국 대학 교수자리를 그만두고 금융 전문 플랫폼 회사를 차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엘리트 유학코스라고 하기에 변호사님들 앞에서는 부끄럽네요. 저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의 한 주립대에서 조교수로 3년간 근무했고, 몇 년 후 정년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안식학기를 부여 받았습니다. 제가 발표한 몇개의 논문이 학계에서 꽤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년 심사는 통과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웃음). 그런데 아무리 좋은 논문을 쓰고 좋은 평가를 받아도 그 논문을 실제로 꼼꼼히 읽는 사람은 100명이 채 안 되더라고요.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테크니컬한 분야의 논문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 때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활동적으로 살았고, 한국에서 석사 2년, 미국에서 박사 5년, 교수 3년까지 총 10년은 온전히 공부에 몰두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나 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제가 배운 지식을 보다 실질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워낙 활동적인 성향인데 정적인 학계 분위기에서 약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의 학계로 돌아오는 길, 미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몇몇 친구들이 선택한 대로 학계 외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 취직하는 길 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P2P 금융에 대한 국내외 기사들을 찾아보면서 가슴이 뛰었어요. 저의 관심사, 새로운 일에의 도전, 제가 가진 전문성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싶었거든요.

교수를 꿈꾸다가 갑자기 IT금융 전문 회사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을 것 같은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P2P금융이 제가 그동안 공부하던 것과 전혀 다른 분야는 아니에요. 다만, 스타트업이나 국내 데이터 현황, 웹개발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 보니 몇 가지 뼈아픈 시행착오는 겪었죠. 작년 6월에 ‘모우다(MOUDA)’라는 금융 플랫폼을 설립하고, 8월부터 베타서비스를, 9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요, 처음에는 상품을 개발해서 투자자들을 모으는 데에 적지 않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심지어 1,100만 원을 모으는 데 15일이 걸린 적도 있었지요. 그때는 모우다를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고, 디자인이나 시스템 측면에서도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더라고요. 농담 삼아 지인에게 ‘5만 원 투자하는 건 어렵지 않잖아’라고 설득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작년 여름 귀국하여 서비스를 바로 시작할 생각이었어요. 미국에서의 학교 일들을 마무리하는 동안 지인을 통하여 소개받은 웹개발자에게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매일 스카이프로 회의하면서 일을 진행했는데, 정작 한국에 들어와 보니 웹페이지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고 심지어 그 개발자가 잠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진척상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는 한계도 있었고, 웹개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개받은 사람이라고 지나치게 믿었던 것도 이유였겠지요. 미국에서 매일 새벽까지 통화하고 화상으로 미팅하면서 준비했었는데, 허탈한 마음도 들었어요. 사업 준비를 위한 중요한 시간을 허공에 날려버린 점은 어쩔 수 없었지만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자면 다행이 아닌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웹개발 관련해서도 공부하고 코드는 확인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제가 웹개발을 하는 건 아니지만요. 대표란 자리가 모든 걸 할 수는 없고 모든 분야에서 전문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금씩은 다 알고 있어야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초반에 몸으로 겪은 셈이죠.

‘모우다’는 금융 플랫폼을 제안한다고 하는데, ‘모우다’가 추구하는 사업방식 또는 영역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지금의 이삼십대는 금융거래의 방식이나 대상에 대한 접근이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금전거래를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서 한다는 데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있죠. 아직 모바일이나 웹뱅킹을 안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는 안전성에 대한 큰 염려 없이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상품을 구매해왔습니다. 수년 길게는 십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 대면거래와 다를 바 없는 온라인 금융거래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바쁜 가운데 반드시 직접 찾아가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부감이 오히려 큽니다. 꼭 필요한 정보의 왜곡 없는 제공과 거래의 장을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고 절차와 과정의 간편성을 더하면 잠재적인 고객의 풀은 무한하다고 봅니다.
모우다는 대출과 투자가 일어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즉 플랫폼입니다. 모우다는 대출자가 거의 의사들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모든 P2P금융 플랫폼의 기본 운영구조는 같습니다. 대출을 희망하는 분들이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대출을 신청하면 모우다에서 신용거래내역, 현재 의원의 운영상태와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대출상품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투자상품으로 업로드합니다. 투자를 원하는 분들은 모우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 정보를 확인하고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판단하면 간단한 회원가입 후 이 상품에 원하는 금액을 투자하게 됩니다. 모우다는 이와 같이 대출자와 투자자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정
보를 확인하고 제공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입니다.

P2P 대출[Peer-to-peer lending]이라는 용어 자체가 다소 생소한데, 현재 정부규제 및 시장 환경은 어떠한가요? 대부업법이 적용되는 것인가요?
국내의 P2P시장은 아직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에 있습니다. ‘그레이 존(gray zone)’이 있달까요. 정부는 ‘온라인을 통해서 개인과 개인 사이에 대출 중개를 한다는 낯선 방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국내에서 P2P금융 시장이 시작단계에 있었던 2015년에는 P2P금융회사를 현행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시키기도 했었습니다. 작년에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조금씩 제도가 정비되고 있습니다. 민병두 국회의원실에서 P2P금융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데 발의된 법률안에 따르면 P2P금융회사는 ‘온라인대출중개업자’에 해당됩니다.
현행법상 P2P금융회사의 경우 대출거래의 창구로 100% 자회사인 대부업법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은행이나 여전법상의 금융회사를 만들 수 있는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복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고 이자를 수취하는 행위는 대부업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모우다 역시 모우다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는 ‘모우다대부’라는 대부업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만, 일반 대부업과 대출자금의 조달방식, 심사방식, 업권의 목적 등이 다르다는 점을 정부에서도 일부 인정하고 있어서 정부의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한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통의 대부업체는 자기자본의 10배를 초과하여 대출할 수 없지만 P2P 대출의 경우 예외를 허용해 주기도 하고,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된 플랫폼 회사에서 ‘원리금 수취권’이라는 권리를 판매할 수 있게 하는 등이죠.
산업 초기에는 P2P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타인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이자를 수취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현재 대부분의 P2P금융회사들이 플랫폼회사와 자회사인 대부업법인 간의 원리금 수취권 판매계약, 플랫폼회사와 투자자들 간의 원리금 수취권 매입계약의 형태로 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알고 있는 법적인 운영형태입니다.
지난 달 기준으로 한국P2P금융협회에 가입된 업체는 50개가 조금 넘고 비협회사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약 160여개의 P2P금융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PF에 대한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법규제가 아직 정비되는 과정에 있고 해석이 분분하다 보니, 한국P2P금융협회가 내부적인 자정작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외부 회계감사를 강제하거나 영업현황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등 협회를 통해 P2P금융이 하나의 건전한 금융업권으로 자리잡게 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식으로 협회에 가입하여 내부 규정을 지키며 활동하는 회사도 있지만 협회 외에서 영업하는 곳이 많아 세세한 부분에 대한 감독이나 실태조사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협회와 당국, 개별 P2P금융회사 등 모두가 장기적인 P2P산업의 성장을 위해 납득할 만한 내외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해야겠죠.

한국에서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최근 매우 강화되었는데, 그런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이에 대한 이용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건 다릅니다. 한국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이 너무 어려워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비식별 정보에 대한 공유조차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먼저 시작한 다른 회사들의 경우 나름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위험예측모델을 만들었겠지만, 모우다 같은 경우 대출상품의 연체와 부실을 예측할 수 있는 국내 데이터를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고 개선해 나가자는 생각만으로 정보를 축척해 나가면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 같은 P2P금융회사들은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된 대출자 관련 정보를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고 실제로 모델링에 관심있는 개인들이 그 정보를 활용한 모델을 개발해서 공개된 블로그 등에 올려서 평가받기도 합니다. P2P금융회사에서 공개한 정보를 이용한 학술논문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런 사업 모델(신용 대출)을 생각하고 미국의 공개데이터를 통해 기본 모델을 만든 후 금융기관들에 비식별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해 보았는데, 단호하게 거절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제가 한국의 실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정식서비스 제공한 후 몇 달 만에 일반적인 개인신용대출에 대한 비전을 잠시 접어두고 비교적 공개된 데이터 활용이 용이한 메디컬 영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비식별개인정보를 어느 범위에서 어떤 조건하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데이터를 이용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많이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의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10년간 의원 또는 병원 급에서 몇 개의 병원이 어느 지역에서 개ㆍ폐원하였는지, 종별 과별로 몇 건을 진료하였는지, 평균 진료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각 분야별로 전문의 수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등 병의원의 운영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병의원의 흥망성쇠도 100%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가족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방향 전환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향으로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경우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P2P업체를 이용할 만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모우다에서 대출을 받는 의사들은 대부분 이미 은행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 받게 되면 대출 및 조회 이력이 남고, 제출하여야 할 서류도 많으며, 심사 과정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P2P금융인 모우다의 경우에는 대출 및 조회 이력이 남지 않고, 기존 모델을 활용하기 때문에 심사과정도 짧습니다. 모우다는 KCB에서 신용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 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도 P2P대출을 어떻게 신용평가에 반영해야 할지 모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타 금융권과 공유하거나 신용평점에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용조회도 실제로는 조회가 아니라 대출자 본인이 자신의 신용상세정보를 모우다에 보내주어도 된다고 KCB에 요청하고 동의하는 방식이라 조회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고요. 5년, 10년 후를 보자면 대출이력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은 사라지겠지만, 현재는 P2P금융의 수요자들에게 충분히 장점으로 어필이 되죠. 3~4개월만 융통할 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대출 이력까지 남기고,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복잡한 은행 대출심사를 받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죠. 그러한 점에서 모우다를 이용할 만한 동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전 질문에서 말씀드렸듯 비대면 간편한 절차를 선호하는 세대가 곧 금융거래의 주력세대로 떠오를 거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현재 P2P금융은 고금리 고위험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간편성’만을 이유로 모우다를 택하는 의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금은 강조해야 하는 것이죠. P2P대출 분야에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신용평점에 반영하게 되는 시점이 오기 전에 간편성에 대한 선호가 높은 젊은 층 1~4등급 고신용자들이 금리와 간편성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기관투자를 통해 금리를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임원 분 중에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모든 일을 담당합니다. 필요한 경우 병의원의 채권양도계약서를 작성하고, 지급명령, 추심, 강제집행 등의 절차도 맡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 제반 법률 이슈에 대응하여야 할 일도 많습니다. 처음 제가 변호사님을 영입할 때에는 ‘아직 P2P금융권은 법규제가 완비되지 않아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우리 회사에 들어온다면 P2P대출 분야의 가장 전문가가 될 것이며 우리 회사는 최고의 전문가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라는, 회유 아닌 회유를 하기도 하였지요(웃음). 장기적으로 P2P금융이 금융의 한 분야로 국내에서도 분명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시작하는 분야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법의 제개정, 적용까지 최고의 전문가가 될 기회는 흔치 않다는 데에 변호사님도 공감했다고 봅니다. 다른 변호사님들의 지원도 대환영입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변호사들, 특히 스타트업에 있는 변호사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은 자신이 해 오던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완벽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때까지 이만큼 잘 해 온 사람인데 체면상 아무 거나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죠. 뭐든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가 보기에 완벽하지 않은 일을 남 앞에 내놓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업을 할 때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기는 잘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100% 만족할 만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그때는 이미 고칠 수가 없더라고요. 따라서 큰 목표를 가지되 세부 목표를 설정해서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이 잘 못하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참 중요하고, 또 세상은 참 넒은 것 같습니다. 공부할 때는 몰랐지만 학계를 벗어나서 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더군요(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P2P대출 가이드라인과 향후 제도개선의 방향에 대해 첨언하고 싶은 것이 두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로, P2P대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핫이슈였던 투자한도 설정 부분입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소득 1억 원을 기준으로 연간 한 회사에 1천만 원을 투자할 수 있는지 4천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지 나뉩니다.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득이 1억 원 미만인 경우 천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P2P금융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법제도 조정이 완비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특정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금융사고를 방지하려는 정부의 자구책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어떤 P2P금융회사가 안전망과 신뢰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정상적인 방식과 장기적인 비전하에서 영업하는가 하는 부분이 불확실하다면 투자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라 위험의 요인을 조절할 수 있는 P2P금융회사들을 향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협회, 금융위, 금감원에서 제출하라는 자료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 너무 많아서 엑셀 채우는 데 시간을 참 많이 쓰고 있습니다만(웃음), 이건 시작단계에서 회사가 책임감을 느끼고 감당해야 할, 그리고 충분히 감당할 의사가 있는 부분입니다. 금전거래와 상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반부터 모우다는 기술투자에 많은 자금과 에너지를 소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1천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게 정부에서 한도를 정해 버리는 경우 각 회사들은 기존상품의
안전관리보다 신규투자회원을 모으기 위한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더라도 적게 보게 하기 위해 투자한도를 설정함으로써 손실의 위험은 높이는 격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규제는 투자자가 아니라 P2P금융회사들을 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소득기준으로 투자한도를 적용하는 실무 방식입니다. 천만 원을 넘어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소득증빙서류를 투자하고자 하는 P2P회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각 P2P회사에 그러한 증빙서류를 확인할 책임을 지우고, 서류를 보관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개인의 소득이라는 것은 아주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이러한 정보의 관리 책임을 개별 P2P회사가 관리하도록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여러 P2P회사들이 개인정보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안전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P2P금융회사 대표님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한 시스템 마련에 노력을 다하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은 누구나 P2P 회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 과연 어떤 회사가 이 정도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그 업체가 채용하는 직원들에게 그러한 정보 관리를 맡겨도 되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득기준 1억 원이 과연 적절한가, 또 1천만 원 한도는 적절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법인이나 전문투자자의 경우는 차치하고 소득 1억 원 기준의 투자한도 적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투자손실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재무적 능력이 보다 낫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들이 안전한 상품을 보는 안목이 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20대 후반에 소득이 9천만 원인 급여생활자가 1천만 원의 투자에지는 재무적 위험과 50대 후반에 소득이 1억 1천만 원인 급여 생활자가 1천만 원의 투자에 지는 재무적 위험 중 후자가 더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양자 간에 후자가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더욱 분명히 주지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위험을 조절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충분히 동의하며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기준 대신 다양한 예외사유를 허용하거나 투자의 위험에 대하여 여러 방식으로 고지할 의무를 P2P회사에 지우거나 특정한 조건하에서만 투자를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