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만은 아니지만 유독 듣기조차 힘들고 청소년들의 행동으로는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온 세상을 들쑤시고 있다. 바로 ‘청소년들의 잔인한 범죄와 그들 청소년 범죄자들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논란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 일어난 여고생들의 잔인한 초등학생 살해와 시신훼손이라는 엽기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잔인한 청소년 범죄소식이 부산, 강릉을 비롯하여 전국에 걸쳐서 마치 열병처럼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당연하고 심지어 일반 시민들까지도 청소년 범죄와 일부 청소년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넘어 두려움과 공포를 갖기 시작하였다.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요즘은 청소년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되어버린 것 같은 정도가 되었다. 이런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 즉 ‘강경대응책(Get tough policy)’의 요구로 이어져, 소년보호를 근간으로 하는 소년사법제도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법’ 폐지운동이 청와대 신문고에 청원으로 올라가고 이에 수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 소년사법제도는 일찍이 미국 일리노이 주의 쿡카운티에서 시작된 소년법원을 시작으로 발전해 왔으며, 소년사법제도의 근간은 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며 친권자가 보호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되지 않을 때는 국가라도 친권자를 대신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소위 ‘국친사상(Parens patriae)’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의사(Free Will)이나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 그리고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은 합리적,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선택을 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지어 범죄행위를 포함한 그들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서는 아니 되며, 오히려 이들 문제 청소년들은 필요하고 적정한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들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범죄에 대한 이러한 보호처분을 중심으로 한 소년사법제도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자 서구사회에서도 전통적인 소년사법제도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오늘날 우리가 청와대에까지 청원하고 있는 이른바 소년법 폐지와 같은 강력한 대응으로의 선회이다. 가장 먼저 소년 범죄자의 초범연령이 점점 낮아지지만 그들의 범행이 강력하고 잔인함에도 소년이라는 이유 때문에 형사처벌하지 못하거나 일부는 보호처분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년법의 적용연령을 낮추고 있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심지어 8세까지도 보호처분할 수 있도록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고, 이와 함께 형사처벌도 할 수 있는 범죄소년의 연령도 낮게는 10세에서부터 보통은 12세까지 낮추고 있다. 이는 아마도 청소년들의 신체적 조숙과 생활환경이나 생활형태의 변화를 고려할 때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서구에서는 범죄자를 어떻게 처리 또는 처분할 것인가를 너무나 단순하게 나이만을 잣대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어린이 유괴, 강간, 살인 등 일부 잔인하고 흉악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의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죄에 상응한 최소한의 형벌을 선고하도록 판사에게 강제하는 소위, ‘최소강제양형(Mandatory Minimum Sentencing)’이 도입되기도 한 것이다. 이들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는 판사로 하여금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벌로서 그것도 최소한의 양형지침과 규정에 따른 일종의 정기형을 선고하도록 강제하여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실현하는 것이다.

소년사법제도 변화의 또 다른 추세는 성인 범죄자를 형사처벌하는 형사사법제도와는 용어와 절차 등 거의 모든 국면에서 정반대에 가까웠던 소년사법제도가 점점 성인사법제도와 유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 바로 청소년 범죄자들이 소년사법절차를 거쳐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하는 일종의 권리를 배제하는 이관(Waiver) 또는 이송(Transfer)의 빈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소년 범죄자가 보호처분이 아니라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소년 범죄는 사법제도의 변화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소년사법이나 형사사법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사후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국가가 우리의 삶에 개입하여 좋은 일은 전혀 없다. 심지어 복지개입조차도 낙인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데, 사법제도가 개입하여 생기는 낙인은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청소년 범죄는 사전예방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최전선에서 가정과 부모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 주어야 한다. 문제청소년의 뒤에는 대부분 문제가정이 있고, 문제가정에는 반드시 문제부모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청소년문제는 부모문제에서 비롯되고, 따라서 청소년문제의 해결은 당연히 문제부모에게서 찾아야 한다. 미국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경범죄학자(Neurocriminologist)인 펜실배니아 대학교의 애드리안 레인(Adrian Raine) 교수가 자신의 저서『폭력의 해부(The Anatomy of Violence)』에서 주장한 ‘부모면허(Parental License)’제도의 도입을 촉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동기나 이륜구동 모터사이클도 운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공인한 면허증이 필요한데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가 되는 데는 단 한 시간의 교육과 훈련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약물과 성교육은 열심이면서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은 외면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청소년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원장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범죄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