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레벤슨 저
뿌리와이파리

아이작 뉴턴의 유명세나 업적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우리가 뉴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 즉 영국의 조폐국 감사로 임명되어 희대의 화폐위조범인 윌리엄 챌로너에 대한 유죄의 증거를 수집해 재판에 넘겨 교수형을 받게 한 이력을 소개하고 있다.

뉴턴 생존 당시 영국에서는 은으로 주화를 만들어 통용하였는데 1파운드짜리 주화를 만드는 데 무려 3파운드어치의 은을 소비해야 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는 이미 해외교역이 활발한 시대인지라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은의 가치가 더 높아 똑같은 은의 양으로 영국보다 더 많은 금을 살 수 있음을 간파하였다. 이에 영국에서 은화를 녹여 주괴1)로 만든 다음 프랑스로 옮겨 금을 산 뒤 영국에서 더 많은 은화를 사는 방법으로 영국의 국부가 유출되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영국 정부는 가뜩이나 화폐제작비가 많이 들어 골머리를 썩던 와중 위와 같은 은화 유출로 인해 재료 부족까지 겪은 것이다. 더욱이 설상가상격으로 장비와 기술만 갖추고 통용 은화를 똑같이 위조 제작하는 위폐범까지 활개를 쳤다. 당시 영국 조폐국 기록에 따르면 통용 주화의 10퍼센트(!)나 위폐였다고 한다.

난관에 봉착한 정부는 결국 여러 저명한 학자에게 도움을 청하고 답변을 보내준 학자 중 뉴턴의 제안에 따르게 된다. 뉴턴의 답변은 첫째, 구 화폐를 모두 회수해 녹인 뒤 테두리 가공이 된 신 화폐를 제작하고, 둘째, 통화의 내재가치와 외재가치가 동일하도록(즉, 쉽게 말해 1파운드 만드는 데 3파운드나 쓰지 말고 1파운드만 쓰든지, 부득이 3파운드를 써야 한다면 화폐 역시 3파운드로 새기라는 것) 설정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이를 수행할 인물을 찾아야 했는데 놀랍게도 뉴턴 본인이,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케임브리지 대학을 떠나 50살의 나이로 영국의 조폐국 감사직을 맡는다. 뉴턴은 비상한 두뇌로 조폐국의 복잡한 부기 체계를 파악했고 놀라운 추진력으로 최적의 화폐 주조 공정을 구현한다. 결국 재료 부족과 국부 유출의 문제는 뉴턴 덕분에 말끔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위폐의 성행’은 천재 뉴턴에게도 또 하나의 난제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주화 앞면에 국왕의 얼굴이 새겨짐에 착안하여 위폐범에 대해 국왕 모독이라는 반역죄를 씌워 교수형에 처해 사체를 절단하는 끔찍한 형벌을 가했음에도 위폐범에 대한 위하 효과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조폐국 감사에게는 왕법을 집행하는 치안 판사의 겸직이 허용되어 적어도 위폐범에 있어서는 포괄적인 수사·기소권이 주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뉴턴이 증거를 수집하여 위폐범을 수사하는 기법은 현대의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에 가까웠다. 이유인즉슨, 첩보원을 두어 따로 보수를 주는 등 흥신소와 같은 사설 조직에 의존하였으며, 위폐범이 수감된 방에 정보원을 심어 놓는다거나 공범의 사형 집행 직전 자백을 받는 등 전문진술의 획득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끝끝내 법망을 피해나가 수년 동안 뉴턴을 괴롭혔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챌로너였다. 그는 국가 재정과 주화 제조술에 대한 논문을 의회에 제출할 만큼 박식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자신의 범행 가능성을 타진할 정도로 치밀했으며, 공범에 대한 거듭된 배신 행각으로 수차례 기소를 피할 만큼 교활했다.

뉴턴은 여러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미 챌로너의 존재를 파악한 뒤 챌로너가 이번에는 도저히 재판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와 증언을 광적으로 수집한다. 요즘 같으면 위수증과 전문진술이라는 이유로 재판부로부터 배척되었겠지만 기소는 물론 유죄 판단까지 배심원의 평결에 의존했던 당시로서는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이른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만큼’ 유력할 필요는 없었다.

악명도 명성인지라 어느새 전국적인 셀럽(Celebrity)이 되어 있던 챌로너는 더 이상 배심원의 무지나 자비를 구할 수 없게 되었고 유죄 판단의 경우 형량만을 결정했던 그 시절 판사로부터 교수형을 언도받는다.

이로써 위폐 성행까지 해결한 뉴턴은 그 공적을 인정받아 조폐국 역사상 최초로 감사직에서 곧바로 국장직으로 영전하기에 이른다. 이후 뉴턴은 죽을 때까지 사실상 종신직으로 28년간 조폐국장을 역임하였으며 이 때 받은 막대한 연봉으로 위대한 물리학자로서도 벌 수 없던 돈을 벌어 비로소 부자가 된다(뉴턴이 위대한 물리학자의 명성으로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담으로 뉴턴은 이렇게 번 돈을 훗날 주식투자로 허탈하게 날려 버린다2)).

전 세계 과학사는 물론 정규 교육 과정에까지 미친 뉴턴의 영향력은 지대하기에 우리는 뉴턴을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쉽게 평가해 버리고 말지만, 이 책을 통해 희대의 천재인 뉴턴조차 세속적인 출세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였으며 세상일과 동떨어져 살기는커녕 오히려 안중에도 없던 일까지 떠맡아야 했음을 알 수 있어 독서의 흥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뉴턴이 오랫동안 연금술을 연구해 오다 그만 신경쇠약에 걸려 버린 이야기, ‘제도권 단 계별 교육의 끝판왕’ 물리학자 뉴턴과 ‘뒷골목 도제식 교육의 산증인’ 위폐범 챌로너의 현대판 ‘더 지니어스’3) 배틀, ‘천재도 평범한 인간이고 인간에겐 말랑말랑한 무엇이 있는데 그게 바로 형용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질인 것 같다’는 역자 후기까지 이 책을 통해서 깨알같이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덧 다가온 독서의 계절 가을, 일독을 권한다.

-

1 <공업> 거푸집에 부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주조한 금속이나 합금의 덩이
2 복잡한 기계 작동의 원리를 깨우친 천재 과학자 뉴턴이었지만 주식 시장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기에 뉴턴은 수학으로 계산할 수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음의 명언을 남겼다. “나는 별들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으나,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하겠다(I can calculate the motions of the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the people).”
3 개그맨 장동민이 우승하여 유명세를 타게 만들었던 채널 tvN의 흥행 프로그램명

신성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