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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83년생 정지원인 나는 많은 또래 여자 친구들로부터 이 책『82년생 김지영』을 추천받았다. 82년에 태어난 여자 신생아 중, 가장 많았다는 이름 ‘김지영’. 이 책은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이어져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김지영으로 시작해, 82년부터 2015년 김지영이 살아온 인생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다. 아마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 엄마, 유부녀, 아니 여성이라면 이 책을 잡는 순간 그 마지막 장까지 단박에 읽어내지 않고서는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건 단지 김지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과거의 경험이자 현재진행형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지영은 1남 2녀 중 둘째 딸이다. 김지영의 어머니는 첫째 딸을 낳자마자, 김지영의 할머니, 즉, 시어머니로부터 “괜찮다. 둘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라는 말을 듣고, 둘째 딸인 김지영을 낳자마자 “괜찮아. 셋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김지영의 어머니는 셋째 딸을 혼자 병원에서 지우고 나서 결국 김지영보다 5살 어린 남동생을 얻게 된다. 김지영은 초등학교 때 남자 짝꿍의 장난 때문에 너무 괴로워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친구가 장난치는 걸 가지고 울고불고한다며 오히려 김지영을 혼냈고, 그녀의 선생님은 짝꿍이 김지영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의 김지영은 남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담긴 스토킹을 당했는데, 오히려 김지영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왜 아무하고나 말 섞느냐, 치마는 왜 그렇게 짧냐.”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혼났다. 그리고 대학교 때 김지영은 동아리 엠티에서 우연히 복학생 선배들이 본인에 대하여 “아, 됐어. 씹다 버린 껌을 누가 씹냐?”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졸업식까지 취업을 못 한 김지영은 아버지로부터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라는 소리를 듣고,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2014년 어렵게 취직한 회사를 임신으로 인해 결국 그만두게 되며, 2015년 돌이 지난 딸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와 유모차에 태워 1,500원 짜리 커피를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았을 때, 지나가는 남자로부터 “맘충 팔자가 상팔자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결국 2015년의 김지영은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자신의 생활도, 일도, 꿈도, 자기 자신 전부를 포기해 가며 키웠으나 남들 눈에 벌레가 된 것이다.


83년 생 정지원인 나는 2016년에 딸을 낳고, 그 이후 지나가는 일면식 하나 없는 어르신들로부터 수차례 “둘째는 아들 낳아야지?”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현재 임신 15주인 나에게 사람들은 “둘째는 아들이야? 딸이야?”라고 묻는다. 그 말에 내가 ‘딸’이라고 답하면, 어르신들은 “어휴~요새 셋째까지도 많이 낳는다.”라며 전혀 모르는 여자의 가족계획까지 만들어주었고, 또래 친구들은 일순간 동공이 흔들리면서 어중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사실은 ‘안됐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면서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신문기사는 이미 넘쳐난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투성이지만, 지면이 짧은 관계로 이렇게만 말하기로 한다. 17년 생 ‘김하윤’1) 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를. 그리고 임신, 육아를 위해 결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를 않기를 말이다.

각주)

1) 2017년 1~9월 여자 신생아 중 가장 많은 이름.

 

 

 

 

 정지원 변호사
●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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