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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테이블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그리고 부모님과 자주 떨어져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집밥을 워낙 좋아해 처음엔 쌀과 콩을 씻어 불리고 그 물에 강황가루를 넣어 건강한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뜨끈한 된장찌개를 끓이고 두부도 부치고, 살짝 구운 김에 양념간장을 얹어 든든하게 끼니를 챙겨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나를 위해 밥을 짓는 일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쌀을 씻고 밥통이 밥을 완성하길 기다렸다가 상을 차리고 먹고 치우고 나면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밥을 안치고 잠시 원고에 집중할라치면 치익치익 밥통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뜸을 들인다고 밥을 완성했다고 잘 저어 드시라는 안내하는 친절한 말이 고요한 집안을 흔들어 나의 집중을 깨뜨렸다.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면서 오전을 보낸 적도 많다. 물론 늦게 일어나고 손이 느린 나의 잘못도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 먹고 치우는 일이 지겨워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밥을 사먹는 횟수가 늘었다.
혼자 밥을 먹을 땐 2인용 테이블이나 4인용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데 테이블 맞은편에 덩그러니 놓인 빈 의자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어떤 날엔 식당 안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모두 한 명씩 앉아서 밥을 먹을 때도 있다.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혹은 마주보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이 시는 그런 식사를 하다가 썼다.


혼자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분명 언젠가 내 앞에도 누군가 앉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 좋아서 계속해서 그 사람 밥 위에 반찬을 올려줬던 기억. 생선살을 발라주던 뭉툭한 손과 “여기 밥 한 그릇 더 주세요” 라고 씩씩하게 외치던 그의 목소리가 좋아서 “한 그릇 더 먹어 더 먹어. 응?” 하고 졸랐던 기억. 그러나 이제 두 번 다시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
상상해 본다. 그 사람은 없지만 그 사람의 환영이 여기 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고. 혹은 혼자 밥을 먹는 그 사람 앞에 나의 환영이 앉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저쪽에서 그 사람이 혹은 그 사람과 비슷한 어떤 것이 계속 회전 테이블을 밀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났는데 끝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많다. 그러니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다. 밥을 먹을 때마다 테이블 저쪽 빈 의자에 그리운 누군가를 소환해서 앉혀보기도 하고, 먼저 죽은 벗에게 숟가락을 쥐어주기도 하고, 거기 앉아 국에 눈물을 퐁당퐁당 빠뜨리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는 것이다.

 

 

 

 

 

 

손미 시인

●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2013년 김수영문학상, 시집 『양파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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